척추 전방 전위증 (Spondylolisthesis)
1. 증례
45세 박 모씨는 최근 들어 서서 걷기만 하면 다리가 저려서 아파서 걷지 못하고 쉬어야만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방문하였습니다. 젊어 서부터 허리가 아파서 동네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좋아져서 지내곤 했는데, 수년 전 부터는 앉았다 일어나려면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아서 몸을 틀어야 허리를 펼 수 있었고, 펴더라도 구부정하여 젊은 사람이 허리가 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리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5분만 걸으면 쉬었다 가야 했습니다. 방사선 검사상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밝혀져 신경감압술 및 관절고정술을 받고서야 다리가 저리지 않아 정상생활이 가능하였습니다.
2. 동의어
척추 전방 전위증, Spondylolisthesis
3. 정의
척추 전방 전위증은 허리뼈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즉 허리뼈가 정사운동 범위를 벋어나서 덜컹거리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발생하는 곳은 제4번 허리뼈와 5번 허리뼈 사이, 제5번 허리뼈와 제1번 천추뼈 사이의 두 부위에서 많이 생깁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척추 분리증과 동반된 전방 전위증
2). 퇴행성 전방 전위증
3). 선천성 전방 전위증
4). 외상성 전방 전위증
5). 기타
이 중 척추 분리증에 의한 전방 전위증과 퇴행성 전방 전위증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척추뼈는 신경이 통과하는 구멍을 중심으로 앞쪽의 척추와 뒤쪽의 추궁(椎弓, lamina)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척추 분리증이란 척추뼈의 뒤쪽 부분인 추궁에 금이 가서 척추뼈가 건들거리는 불안정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 위, 아래의 척추뼈가 어긋나는 상태가 "분리증과 동반된 전방 전위증"입니다. 대다수의 환자에서 이러한 상태는 청소년기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이란 후방 관절의 퇴행성 변화에 의하여 전방 전위증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대개 50대 이후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증상면에서 보면 요통과 함께 다리가 저린 척추관 협착증의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으나, 치료 방법에 있어서는 퇴행성 척추 전방전위증은 그 전위정도가 미약한 경우에는 관절 고정술 없이 신경감압술 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척추 분리성 척추 전방 전위증의 경우는 대개 관절고정술을 같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증상
허리의 통증은 대개 오래된 경우가 많고, 허리뼈가 밑의 뼈보다 앞으로 빠지면서 척추관내의 신경 다발도 심하게 눌릴 수 있으므로 신경 증상이 흔히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개는 서서 걸으면 다리가 저리는 척추관 협착증 증세로 나타나게 됩니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의 두 가지입니다. 요통은 단어 자체는 허리가 아픈 상태를 말하지만 엉치가 아픈 증상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어떤 환자에서는 요통이 더 심하고 어떤 환자에서는 다리의 증상이 더 심합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 때문에 잘 걷지 못하고 조금만 걸어도 쉬었다 가는 보행장애를 보입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척추 분리증이 같이 있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며, 다른 한 가지는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입니다. 전자는 어릴 때부터(대개 사춘기 때부터) 있었으며, 후자는 50대 가까이 되어 나타납니다. 전자에서 후자보다 증상이 좀더 심한 경향이 있으며 좀더 일찍 증상이 나타납니다.
5. 진단
척추 전방 전위증은 비교적 흔한 척추 질환으로, 사,오십대에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허리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척추 전방 전위증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병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하여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는 척추 분리증이 같이 있는지 알기 위하여 보통 찍는 전후방, 측면의 두 장의 엑스레이 이외에 45도 각도의 사면 엑스레이를 찍기도 합니다. 또한 척추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기 위하여 척추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찍는 굴곡-신전 엑스레이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단순방사선 사진을 보면 4번 요추뼈가 5번 요추뼈에 비하여 앞쪽으로 어긋나 있는것이 보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수술후 사진입니다.
만약에 요통 이외에도 다리가 저린 증상(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입니다)이 같이 있다면 협착증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가지 정밀검사 방법 중 가장 정확하고 외래에서 손쉽게 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 고통이 없는 검사는 MRI 검사입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되어 비용이 고가이므로 검사 대상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밀검사는 증상이 심하여 수술적인 치료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6. 치료
척추전방전위증의 경우 추간판 탈출증과는 달리 약물,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나이를 고려하여 아직 젊은 환자에서는 우선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을 권해 봅니다. 왜 기왕에 할 수술이면 빨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척추뼈 한 마디를 굳히는 수술이기 때문에 20~30년이 지나면 굳힌 마디 위 또는 아래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예방적 차원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증세가 심하여 보존적치료로 조절되지않는 통증이 있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서도 일단은 비수술적인 치료를 해 봅니다. 비수술적인 치료란 보존적인 치료라고도 하는데 약물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치료 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여러 가지 치료를 포함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비수술적 치료는 허리 근육 강화 운동입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수술을 받게 되는데, 첫째는 신경이 눌리는 것을 눌리지않게 해주는 것이며, 둘째는 척추의 불안정증으로 인하여 관절을 고정시키는 수술을 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허리뼈가 앞쪽으로 밀려나와있으나, 덜컹거리지 않는 경우에는 관절고정술을 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의 수술에서 허리에 금속을 집어 넣는다고 하면 환자분들이 간단히 레이져로 고칠 수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협착증의 경우는 신경이 눌린 곳이 너무 많아서 레이져로 잘라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절 고정술의 경우 실제로 수십년 전부터 해온 수술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이 금속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므로 완치 후 제거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한마디를 굳히는 경우 움직이지 않아 생활에 장애를 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덜컹거리며, 통증만 발생시키던 관절이기에 관절 고정술 후 오히려 허리 통증이 좋아졌다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수술은 대개 전신마취하에 2시간에 걸쳐 하게되며 수술후 2일 이내에 보행이 가능하고 1주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므로 그렇게 큰 수술이라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7. 합병증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 이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경우에는 하지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보행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체력이 너무 나빠지는 것이 문제 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는 비교적 뼈가 강한 60대 이전에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을 하는 경우의 합병증은 일반적인 척추 수술의 합병증과 같습니다.
8. 예방법
평소 허리를 지지해 주는 근육을 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척추 분리증에 의한 전방 전위증이야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행성 전방 전위증은 허리 근육을 강하게 하면 막을 수도 있는 병입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배 근육, 허리 뒤쪽 근육을 강하게 하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9. 이럴 땐 의사에게
만성적으로 허리가 아픈 사람은 한번쯤 허리 엑스레이를 찍어 전방 전위증과 같은 척추뼈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다리가 저리고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서 MRI와 같은 정밀검사까지 받을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 경우 허리 디스크, 척추완 협착증과 함께 생각해야 할 흔한 질환의 하나가 척추 전방 전위증입니다. 물론 전방 전위증은 넓은 의미의 척추완 협착증의 원인 질환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