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인지 그런건지, 아니면 바뀌어버린 환경 탓인지, 그도 아니면 앙칼지게 차가운 오클랜드의 바람 탓인지...
조금은 씁쓸하고 외롭기만하다;
7년만에 돌아온 뉴질랜드의 대부분의 건물들이나 상점들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다운타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예전과는 달라진,
주인없이 비어져 또 다른 오너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겁없이 치솟아버린 환율 때문인지, 아직 뉴질랜드 달러에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아무런 수입없이 한국에서 몇 푼 쥐고 온 돈이 내 전 재산이라는 현실 때문인지
물 한병, 과일 하나 사기에도 망설이고 또 망설여지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매주 30만원에 육박하는 렌트비며, 그에 못지않을 생활비, 그 외 생각치도 않았던 비용들이 머리속을 더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아들눔 영어 하나는 제대로 배우겠지하는 생각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더 저렴하게 더 잘 배울수도 있을텐데 하는 여운을 남기고,
한국에선 쳐다도 보지 않던 신라면을 2불 아끼겠다고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사서 달걀도 없이 끓여 아들에게 먹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보자니...
뉴질랜드 이민을 처음 선택했을 때부터 단 한순간도 떠나지 않던 그 몹쓸 '이게 과연 잘 하는 짓인가?'라는 질문이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개똥보다 몹쓸 저 눔의 잡념은 내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를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준 내 와이프와 내 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티끌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니,
이 순간 이 후부터 다시는 저 몹쓸 생각을 하지 않으리.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 잘 다녀오겠다 인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던 울 아버지며,
공항까지 마주나와 출국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도록 우리를 떠나 보내지 못하시던 장모님.
분명 잘 될꺼라고,
첫 1년은 결코 쉽지 않을꺼라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꺼라며 믿고 전진해 나가리라.
열심히가 아닌 치열하리만큼,
나를 아는 모두 앞에서 자신감넘치는 모습으로 밝게 웃을 수 있는 그 순간까지
돌아갈수도,
돌아가지도 않으리.